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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피릿] 부분과 전체를 오가면서 보여주는 유동적이고 시간적인 조각, 이병호 개인전 《PIECE》
2023-06-05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 사진 김경아 기자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 사진 김경아 기자

작가 이병호는 초기의 작업에서부터 인체를 대상으로 삼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조각을 추구한다. 그가 천착하는 주제는 인체의 형태를 다양한 조각적 방법론 안에서 분석하고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중 그를 사로잡은 것은 토르소의 양감 있는 몸과 더불어 분리된 팔, 다리이다. 그가 지속해 작품의 제목으로 삼는 <Eccentric Abattis>에서 ‘아바티(Abattis)’는 프랑스어로 가금류의 몸통을 제외한 날개, 다리, 내장과 같은 부위를 가리키고 요리에서 선택받지 못한 부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는 이를 의미 없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재조합되어 온전한 무엇인가로 다시 나타날 가능성으로 충만한 조형적 대상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부분은 중요한 작업의 테제 중 하나이다. 작가의 의도와 감각에 따라 선택되고 연결된 부분들은 'Eccentric'의 의미처럼 기괴하고 기이한 하나의 조각이 된다.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또한 ‘복제’는 ‘부분’과 더불어 그의 작업 과정에서 근간된다. 작가는 복제에서 무언가의 시작점이 되는 원본과 이를 통해 무한히 반복되어 나가는 지속적인 흐름에 주목한다. 그 자신이 이전 작업에서 만들어 낸 형태들을 복제와 재조합의 대상으로 사용하며, 전혀 다른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인체의 형태를 규격화된 제품과도 같이 반복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그 예. 이렇게 만든 인체는 어떤 변화와 연결을 통해 다른 무엇인가의 재료가 되며, 이에 따라 사람의 형태를 한 하나의 사물로 변모한다. 이에 더해 최근에 작가는 이 인체들을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해 다양한 형태들을 축적한다. 디지털 이미지들이 자유롭게 조합되는 과정에서 이전의 원본이 훼손되거나 의도치 않게 삭제되는 오류가 발생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모두 수용한다. 이렇게 완성된 조합은 3D 프린터에 의해 실체를 갖게 되면서 이미 이전의 지시성들은 사라지고 명명하기 힘든 구조로 새롭게 생성된다.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이같은 이병호 작가의 작업을 볼 개인전이 개막했다. 페리지갤러리(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8)는 6월 2일부터 7월 29일까지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를 개최한다. 조각, 부분을 의미하는 단어 《PIECE》를 전시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하나의 부분은 온전한 하나로 온전한 하나는 다시 어떤 부분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작가는 조각이라는 매체의 기본적인 성질인 덩어리, 무게, 실존, 고정됨, 완전함 같은 단어에서 벗어나 가볍고, 변화 가능성이 충만하고,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 않은 조각에 다다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다양한 색을 작품의 표면에 사용하였는데, 거즈를 붙여 새로운 표면을 만들거나 석고에 색 안료를 섞어 도색하였다. 그는 붓을 마치 조각의 도구처럼 보고 색을 칠할 때 긁어내거나 깎아내고, 덧붙이고 덜어내는 것과 같이 사용하는데, 이러한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표현을 소조 작업하듯이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형태를 따라가거나 무시하고, 이미 만들어진 표현의 틀에서 벗어나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대상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자 하였다.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Eccentric Abattis>는 전시장에서 개별의 작업인 동시에 하나의 작업처럼 보이기도 하며,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들은 추상적인 모습으로 읽힌다. 결국 이병호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각자의 형태가 가진 본질들이 서로 순응하게만 만들기보다는 충돌하듯이 맞닥뜨려 발생하는 갈등과 모순이 동시에 드러나는 상황을 만드는 거다. 이렇게 그는 ‘무엇이 부분이고 전체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반복적으로 이어 나가게 되는지 그 순환의 과정을 작업의 표면을 통해 더듬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조차도 조각의 일부를 구성하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그의 조각은 도달하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하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유동적인 것이 되어간다. 이것이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어느 한 조각(PIECE)의 이야기이다.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전시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이병호 작가는 조각에서 시간성을 얻고자 한다. 완성이 유보되는 방법론을 연구하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고 유동하는 상태의 조각을 제시한다.

1976년에 태어난 이병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단체전에 참가했다.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