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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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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점·선·면으로 음악을 만든다
2020-03-19
성낙희 개인전 `모듈레이트`
색채 리듬을 화면에 구축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코로나에도 관람객 줄이어


`Sequence 14` [사진 제공 = 페리지갤러리]

다채로운 색상이 직선과 곡선을 이루면서 역동적으로 흐른다. 점, 선, 면이 음악적 리듬과 운율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다양한 장르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는 성낙희 작가(49)는 물감으로 작곡을 하는듯하다. 미끄러지듯 자유롭게 유영하는 색채의 운동감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성낙희 작가

회화에 음악을 담아온 작가는 "어렸을 때 미술보다 먼저 피아노를 배웠다. 음악을 계속 듣고 살다보니까 자연스레 내 작업과 공존해왔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KH바텍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의 21번째 지원 작가 개인전 'Modulate(모듈레이트)'에서는 예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음악의 장·단조를 바꾸는 모듈레이트 의미처럼 작품세계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 작품은 선과 색이 치밀하게 요동쳤다면 신작 'Sequence(시퀀스)' 연작은 넓은 붓으로 기학학적 덩어리를 이룬다. 색을 여러번 겹쳐서 입체감을 살렸다. 예전의 작품에서 치열하고 난해한 현대음악이 들렸다면, 신작은 바로크 음악처럼 비슷한 형태와 색채가 반복되는 것 같다.

얼핏 보면 고속열차 차창 밖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 소리와 이미지를 추상화로 압축한 것 같다. 작가는 "지나가는 것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작업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가져와 신작에 배치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Sequence 1

"5~10여년 전 작품들에서 분명하게 보이는 것, 시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왜 그런지 등을 모아서 연구해봤다. 작업 흔적만 보이는 것들, 너무 심한 색의 대비, 모노크롬(단색) 작업,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표현, 이어져온 붓질과 색, 뭐가 남아있는지 등을 생각하면서 신작에 반영했다. 모듈레이트의 직접적인 뜻인 변화보다는 작업 흐름으로 봐달라. 물론 생각과 취향이 바뀌면서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되기도 한다."

색을 겹치고 작품 안에서 리듬을 찾아과는 과정이 많다보니까 다작을 못한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형태로 다가오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치열한 붓질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5일 개막식을 열지 못하고, 전시장 입구에서 체온 검사와 역학 조사용 방명록 작성 등을 거쳐야 하지만 관람객이 꾸진히 찾아오고 있다. 작가는 "불행 중 다행이랄까.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았는데도 페리지갤러리는 전시를 여니까 사람들 발길이 이 곳으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런던 왕립예술학교 석사 과정을 거친 그는 2005년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라리오미술관, LG, UBS 아트컬렉션, 화승그룹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Sequence 9


전지현 기자, 2020. 3. 18.
(기사 원문 :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3/282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