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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갤러리, 이윤재·한주옥 팀프로젝트展 《새로운 막, 뤼시스》 개최
2026-01-08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페리지갤러리는 오는 9일부터 2월 7일까지 페리지 팀 프로젝트 2025 《새로운 막, 뤼시스(New Act: Lysis)》 전을 개최한다. ‘페리지 팀 프로젝트’는 매년 역량 있는 젊은 작가와 기획자를 한 명씩 선발해 하나의 새로운 팀을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전시를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전시는 이윤재 작가와 한주옥 기획자가 협업했다. 달팽이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가설로부터 시작해, 관계에 대한 서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구조로 전환되는 오늘, 감각과 인지의 차이를 통해 우정의 가능성을 묻는다.
이를 통해 책을 읽는 우리의 움직임과 감각이, 페이지 위를 더듬는 달팽이의 행위와 겹쳐 보인다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글자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경로, 점액질의 흔적, 그리고 종이를 갉아 먹은 자국은 페이지 위를 이동하는 우리의 수행과 나란히 놓이며, ‘읽는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전시명인 ‘뤼시스’는 플라톤의 우정에 대한 대화편 『뤼시스』에서 따왔다. 플라톤의 엘렝코스(elenchus, 질문을 지속시키는 대화의 방식)는 닮음과 결핍, 선함 같은 관념을 경유해 우정의 조건을 좁혀가지만 끝내 아포리아로 남고 만다. 전시는 이 질문의 형식을 방법론 삼아 우정이 누구에게, 혹은 무엇을 향해 열릴 수 있는지 질문하고, 그 범위를 확장해 간다.

전시 전경 / 페리지갤러리 제공 (사진 : CJY ART STUDIO(조준용))
이러한 질문의 형식은 이윤재 작가의 작업을 관통한다. 작가는 세계를 지각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그 물음을 다양한 매체를 경유해 다뤘다. 신작 〈APIS〉는 불확실성과 차이가 관계로 체험되는 방식을 시간의 구조로 조직한 사운드 작업이다.
〈APIS〉는 전시 기간 전체에 해당하는 30일, 이를 분 단위로 환산한 43,200분을 출발점으로 삼아, 서로소 관계에 놓인 세 개의 길이 13, 47, 71로 분해한 사운드로 구성한다. 인간, 비인간, 인공지능으로 구분된 각각의 사운드는 동시에 청취가 가능하지만 맞물리지 않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고대 그리스어로 쓰인 플라톤의 『뤼시스』를 OCR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의 형식으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인공지능의 음성으로 번역한다. 동시에 종이의 마찰음, 일상의 소음, 먹이를 섭취하는 달팽이의 소리 등 다양한 층위를 혼입시킨다.
관객은 어느 순간 소리를 또렷하게 인지하다가, 다시 그것이 배경으로 물러나는 지점을 반복적으로 통과한다. 간헐적으로 감지되는 진동은 듣고 있다는 감각 자체를 불확실한 상태로 밀어 넣는다. 사운드 작업과 연계된 드로잉 〈APIS〉는 세 요소의 비-중첩 구조를 수백 장의 상이한 삼각형 형태로 도식화한다.
〈ENTANGLED READING〉는 작가의 방에서 기르고 있는 달팽이 케이지를 전시 공간과 연동하는 구상에서 출발한다. 케이지에 설치된 카메라가 달팽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면, 그 영상은 전시장 스크린으로 송출되고 OCR과 번역의 과정이 개입하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발생한 감각과 사건은 이 변환의 회로 속에서 하나의 ‘읽기’로 얽힌다. 읽는 주체와 읽히는 대상, 환경과 시간,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은 접속과 변환 속에서 다시 배치된다.
한주옥 기획자는 “전시는 우정이 성립하는 조건을 다시 질문의 자리로 돌려놓고, 서로 마주하는 시간을 전시의 형식으로 들여와 지속시킨다”며 “기획자·작가의 대화, 인터뷰, 둥글게 둘러앉은 테이블, 끝나지 않는 사운드의 흐름에서 전시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 질문의 상태를 유지한다. 서로의 언어가 중심에 닿지 못하더라도 그 가장자리에서 우정의 의미는 계속해서 갱신된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2월 7일까지 이어진다. 페리지갤러리는 일요일과 공휴일 휴관하며,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은지 기자
출처: 핸드메이커 (https://www.handmk.com/news/articlePrint.html?idxn...)

이번 전시는 이윤재 작가와 한주옥 기획자가 협업했다. 달팽이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가설로부터 시작해, 관계에 대한 서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구조로 전환되는 오늘, 감각과 인지의 차이를 통해 우정의 가능성을 묻는다.
이를 통해 책을 읽는 우리의 움직임과 감각이, 페이지 위를 더듬는 달팽이의 행위와 겹쳐 보인다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글자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경로, 점액질의 흔적, 그리고 종이를 갉아 먹은 자국은 페이지 위를 이동하는 우리의 수행과 나란히 놓이며, ‘읽는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전시명인 ‘뤼시스’는 플라톤의 우정에 대한 대화편 『뤼시스』에서 따왔다. 플라톤의 엘렝코스(elenchus, 질문을 지속시키는 대화의 방식)는 닮음과 결핍, 선함 같은 관념을 경유해 우정의 조건을 좁혀가지만 끝내 아포리아로 남고 만다. 전시는 이 질문의 형식을 방법론 삼아 우정이 누구에게, 혹은 무엇을 향해 열릴 수 있는지 질문하고, 그 범위를 확장해 간다.

전시 전경 / 페리지갤러리 제공 (사진 : CJY ART STUDIO(조준용))
이러한 질문의 형식은 이윤재 작가의 작업을 관통한다. 작가는 세계를 지각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그 물음을 다양한 매체를 경유해 다뤘다. 신작 〈APIS〉는 불확실성과 차이가 관계로 체험되는 방식을 시간의 구조로 조직한 사운드 작업이다.
〈APIS〉는 전시 기간 전체에 해당하는 30일, 이를 분 단위로 환산한 43,200분을 출발점으로 삼아, 서로소 관계에 놓인 세 개의 길이 13, 47, 71로 분해한 사운드로 구성한다. 인간, 비인간, 인공지능으로 구분된 각각의 사운드는 동시에 청취가 가능하지만 맞물리지 않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고대 그리스어로 쓰인 플라톤의 『뤼시스』를 OCR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의 형식으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인공지능의 음성으로 번역한다. 동시에 종이의 마찰음, 일상의 소음, 먹이를 섭취하는 달팽이의 소리 등 다양한 층위를 혼입시킨다.
관객은 어느 순간 소리를 또렷하게 인지하다가, 다시 그것이 배경으로 물러나는 지점을 반복적으로 통과한다. 간헐적으로 감지되는 진동은 듣고 있다는 감각 자체를 불확실한 상태로 밀어 넣는다. 사운드 작업과 연계된 드로잉 〈APIS〉는 세 요소의 비-중첩 구조를 수백 장의 상이한 삼각형 형태로 도식화한다.
〈ENTANGLED READING〉는 작가의 방에서 기르고 있는 달팽이 케이지를 전시 공간과 연동하는 구상에서 출발한다. 케이지에 설치된 카메라가 달팽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면, 그 영상은 전시장 스크린으로 송출되고 OCR과 번역의 과정이 개입하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발생한 감각과 사건은 이 변환의 회로 속에서 하나의 ‘읽기’로 얽힌다. 읽는 주체와 읽히는 대상, 환경과 시간,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은 접속과 변환 속에서 다시 배치된다.
한주옥 기획자는 “전시는 우정이 성립하는 조건을 다시 질문의 자리로 돌려놓고, 서로 마주하는 시간을 전시의 형식으로 들여와 지속시킨다”며 “기획자·작가의 대화, 인터뷰, 둥글게 둘러앉은 테이블, 끝나지 않는 사운드의 흐름에서 전시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 질문의 상태를 유지한다. 서로의 언어가 중심에 닿지 못하더라도 그 가장자리에서 우정의 의미는 계속해서 갱신된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2월 7일까지 이어진다. 페리지갤러리는 일요일과 공휴일 휴관하며,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은지 기자
출처: 핸드메이커 (https://www.handmk.com/news/articlePrint.html?idx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