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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넘볼 수 없는 다락방의 기억과 감각들 전시장에 펼쳤다
2025-10-27

이예승 작가의 근작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가 펼쳐지고 있는 페리지 갤러리 전시장. 옛적 다락방의 내밀한 공간을 연상시키는 커튼 속 공간들이 안쪽 벽면에 무대처럼 펼쳐지고 있다. 노형석 기자
인공지능(AI) 만능시대가 도래한 걸까. 지난 몇년 사이 챗지피티로 대변되는 에이아이를 의식주와 일상 대부분 활동에서 호명하고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하고 있다.
에이아이, 브이알(VR) 등 디지털 미디어 작업으로 실재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탐색해온 이예승 작가는 뜻밖에도 근작으로 다락방의 기억을 들고나왔다. 지난 13일부터 이예승 작가의 근작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가 펼쳐지고 있는 서울 서초동 페리지 갤러리 전시장은 옛적 다락방의 내밀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커튼 속 어스름한 공간들이 안쪽 벽면에 무대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 공간에는 선반이 있고 장미의 가시, 닭볏, 유리알, 목말, 자수천 등이 놓여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에이아이를 하도 쓰다 보니 이 시대에 그러면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언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아이가 서사를 만들고 영화까지 창작하는 시대입니다. 예술가가 오롯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데이터를 쓴다면 어떤 걸 쓸 수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기억 속의 경험을 축적해온 제가 무언가 촉각으로 만지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원류는 저를 유난히 아끼고 보살펴주신 할머니 집의 다락이었다고 생각해서 그 기억의 결을 따라 커튼 속 작업들을 펼쳐놓았어요. 시간 속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의 서사들은 절대로 에이아이가 온전히 만들 수 없다는 것, 그게 작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에이아이가 넘볼 수 없는 다락방의 기억과 감각은 유년 시절 컴컴하고 흐릿하지만 안온하고 따스했던 그 공간의 분위기로 재현된다. 할머니 방의 공간적 기억을 마치 극장에서 감상하듯 전시장에서 시각과 촉각으로 찬찬히 살펴보면서 느끼게 된다. 이중의 커튼을 걷고 다시 치고, 선반을 오르내리며 작가가 에이아이 또는 스리디(3D) 프린터로 빚어낸 기억 속의 기물들을 보고 만지는 것들, 그리고 어둠 속 은은히 빛나는 전시물 전체를 한구석의 보료에 앉아서 관조하는 감상 행위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감각이 새롭게 살아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예술가의 작업마저 본격적으로 점유하고 들어온 시대적 격변 속에서 오직 인간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온기 어린 감수성과 감각, 기억 등을 새삼 되새기고 환기시키는 작업들이다. 11월29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225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