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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갤러리, 이예승 개인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 개최
2025-10-27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집안 깊숙한 곳에 있는 숨겨진 공간인 ‘다락’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잠재된 기억을 표현하는 전시가 열린다. 페리지갤러리는 이예승 작가의 개인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를 다음달 29일까지 개최한다.

페리지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관객이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공간 입구에 놓인 실을 손에 쥐고 들어서 커튼으로 구획된 공간을 마주한다. 전시 공간은 우리나라 전통 가옥에 있는 창고였던 ‘다락’을 옮겨놓은 듯한 작품이 펼쳐진다. 방학을 맞아 시골 외갓집이나 먼 친척집을 방문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몰입하기가 쉽다.

작가는 다락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주는 호기심, 떨림, 두려움, 설렘 등의 감정을 VR, AR, 3D 프린터, AI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다.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기억으로 남기도 하지만, 사진, 영상과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 글과 같은 기호로 남아 디지털화되어 다양한 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옮겨진다.

그렇게 현실의 장소로 돌아오고 시간이 흐르면, 경험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데, 이예승 작가는 ‘다락’을 현실과 비현실의 공간이며 무언가 남겨진 비물질적 장소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명확한 인식이 아니라 불명확하고 흐릿하지만 새로운 감각을 느끼며, 커튼 뒤 설치물들을 통해 관객 각각의 잠재된 기억이 작업과 접촉하는 순간 새로운 인식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전시 전경 / 페리지갤러리 제공

전시명인 ‘구름’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를 의미한다. 기억을 꺼내어 보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SNS처럼 나의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의 단면을 온전한 나의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이다. 전시에서 커튼을 열고 닫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접촉의 움직임, 공간에 앉아 글을 읽거나 전시 전체를 관조하는 정적인 행위를 통해 기억과 감각을 응시할 수 있다.

또한, 작가가 말하는 ‘신기루’는 외부의 자연 현상을 외부의 실재하는 것으로 믿게 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내 사라져 허구임이 드러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신기루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적 거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서로 맞닿아 있다. 하지만 밀착된 시간은 우리에게서 숙고할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뒤에는 그저 무엇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만 남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가는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전시장은 물질의 존재 양태인 형태, 밀도, 움직임 외에도 빛, 색, 공기와 같은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시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는 허상인 신기루를 현실에 계속해서 존재하는 새로운 실재로 남겨놓기 위해 서로의 거리를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게 하려는 작가의 사유를 담고 있다.

이예승 작가는 전시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어 공유 가능한 가상, 공유 불가능한 현실을 이어 나가며, 서서히 드러나는 형체와 감촉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열리며, 페리지갤러리는 일요일과 공휴일 휴관하며,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가능하다.

전은지 기자
출처: K스피릿 (https://www.handmk.com/news/articleView.html?idx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