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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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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볼만한 미술전 소식> '사제동행' 전, '김시현 초대전' 등
2021-01-12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 ‘타임 인 스페이스-더 라이프 스타일’ 전, ‘트랙터’ 전, ‘재현의 방법’ 전

원로 한국화가 산동 오태학과 제자들이 함께하는 작품전 <사제동행 data-verified=
원로 한국화가 산동 오태학과 제자들이 함께하는 작품전 <사제동행>이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오태학의 ‘ 飛天 (비천)’(지본암채, 162×130㎝, 1990). 갤러리 나우 제공

■<사제동행(師弟同行)> 전(갤러리 나우)

채색과 수묵의 조화 등 다양한 연구·실험으로 한국화의 현대화를 이끌어온 원로화가 산동 오태학(82·전 중앙대 미대 학장)과 그의 제자들의 작품전이다. 스승인 산동의 작품들과 더불어 이제는 한국 화단의 주요 작가들인 제자 고찬규·김선두·김진관·서정태·이길우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산동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스승과 제자들의 돈독한 정을 확인하고, 나아가 한국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산동은 1960년대부터 먹을 사용한 추상화 작업으로 한국화의 현대적 변화를 주도하며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색이 있는 돌가루(암채분말)로 채색하는 석채작업, 이른바 ‘지본암채’를 시도해 고대벽화처럼 육중하고 깊은 여운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199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이 마비되자 왼손으로 작업하는 뜨거운 예술혼으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전시 참여 제자들은 쓰러진 스승의 재기를 도운 작가들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채색화로 담아내는 고찬규, 한국화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는 김선두를 비롯해 한국 채색화의 계보를 잇는 김진관·서정태, 동서양의 중첩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독특한 기법의 이길우다. 이들은 한국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화의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전시는 26일까지.


이헌정 작가의 개인전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data-verified=
(박여숙 화랑)의 전시 전경 일부. 박여숙 화랑 제공">이헌정 작가의 개인전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박여숙 화랑)의 전시 전경 일부. 박여숙 화랑 제공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박여숙 화랑)

도예를 기반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의 영역을 넓히고, 실험적 작품들로 주목받는 이헌정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는 도자 조각(도조·陶彫)들을 비롯해 스툴(팔걸이가 없는 의자) 쓰임새로도 가능한 다양한 도자 조형물 등 모두 4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조선 백자의 자연스러움과 검소함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특히 싱싱한 생명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의 덩어리 형태를 띤 작품들은 인공적인 맛이 드러나는 공예적 완벽함이나 장식적이기 보다 오히려 우연성과 부드러움이 강조된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추상표현주의 도조의 원류라 할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SAFI)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건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도조 세계의 깊이를 더 하고 있다. 청계천의 도자 벽화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도 이 작가의 작업이다. 연장 전시로 28일까지.


빼어난 색채 감각과 편백나무 톱밥의 물성을 조화시키고 있는 김시현 작가의 ‘자연 이야기’(캔버스에 아크릴·혼합매체, 116×72.7㎝), 세종갤러리 제공
빼어난 색채 감각과 편백나무 톱밥의 물성을 조화시키고 있는 김시현 작가의 ‘자연 이야기’(캔버스에 아크릴·혼합매체, 116×72.7㎝), 세종갤러리 제공

■<김시현 초대전>(세종호텔 세종갤러리)

화면 위의 두드러지는 질감, 세련된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작업을 하는 김시현 작가의 작품전이다. 최근작을 포함해 모두 30여 점이 출품됐다.

색면 추상화처럼 보이는 작품들은 무엇보다 저마다의 특별한 마티에르가 짙게 느껴진다. 참신한 재료 덕분이다. 놀랍게도 자연 치유 등으로 최근 관심을 받는 편백나무 톱밥이다. 자연의 순환에 관심을 둔 작가는 우연히 편백나무 톱밥을 만났고, 그 물성·상징성 등을 주목해 자신만의 재료로 만들었다. 김 작가는 편백나무 톱밥을 구해 쓸만한 것들을 고르고 골라 캔버스에 두텁게 붙인다. 그리고는 자신 만의 색채감각으로 다채로운 색의 물감을 붓으로 뿌려 작업한다. 숱한 연구·실험 끝에 지금에 이른 작업이다. 화면은 강렬한 원색의 단색이기도, 때론 여러 색감이 조응하기도 한다. 색채학(홍익대 대학원)을 깊게 공부한 작가의 내공이 드러난다. 부드럽고 따뜻한 편백나무 톱밥의 물성과 색채가 묘한 조화를 이뤄 보는 이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작품들이다. 전시는 17일까지.


PKM갤러리의 기획전 <타임 인 스페이스-더 라이프 스타일, Time in Space-The Life Style data-verified=
PKM갤러리 제공">PKM갤러리의 기획전 <타임 인 스페이스-더 라이프 스타일, Time in Space-The Life Style> 전의 전시 전경 일부. PKM갤러리 제공

■<타임 인 스페이스-더 라이프 스타일, Time in Space-The Life Style> 전(PKM갤러리)

‘공간 속에 시간을 담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PKM갤러리의 기획전이다. 조선시대 고서화부터 근현대 회화, 현대 도자, 국내외 디자인 가구, 해외 빈티지 소품 등이 전시 공간에 어우러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내에 머물러야만 하는 개인적·사적인 공간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전시다.

일반 주택을 리모델링한 전시장의 지상층에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와 윤형근·서승원·백현진·정영도 작가 등의 회화,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백자대호), 안드레아 지텔의 책꽂이 조각, 디자이너 폴 케홀름의 데이베드, 조선 목가구, 유럽의 빈티지 소품들이 배치됐다. 홈 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지하층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환자용 의자로 사용해 유명한 체스터필드 소파와 젊은 디자이너 소목장 세미가 디자인한 바 테이블·선반, 권진규의 드로잉과 이원우의 부조, 샘바이펜의 캐릭터 회화 및 사회비판적 텍스트가 프린트된 박문환의 티셔츠 작품, 조선시대의 서한 등이 자리한다. 시대와 장르를 넘어선 작품들이 공존하며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30일까지.


페리지 갤러리의 팀 프로젝트로 마련된 윤민화 큐레이터와 최태훈 시각예술가의 <트랙터 data-verified=
<"페리지 갤러리 제공">페리지 갤러리의 팀 프로젝트로 마련된 윤민화 큐레이터와 최태훈 시각예술가의 <트랙터> 전 전시 전경 일부. 페리지 갤러리 제공

■<트랙터> 전(페리지 갤러리)

페리지 갤러리의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으로 마련된 전시로 큐레이터 윤민화, 시각예술가 최태훈의 2인전이다. 페리지 팀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지난 해 1년 동안 하나의 주제를 함께 설정한 뒤 윤민화는 텍스트로, 최태훈은 조각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이들은 사물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힘과 방향을 끌어내는 트랙터(tractor·견인차)를 상상했다.

보이지 않는 힘과 방향은 인간에 의해 사물이 예속되지 않는 상태를, 인간의 몸 역시 사물의 기능에 종속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본다. 사물은 인체에 근거해 모양·크기 등이 규격화됐고, 인체의 생활방식 또한 사물의 기능에 맞춰 규정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물은 그렇게 서로를 고착시키는 셈이다. 두 작가는 전시에서 인체·의자 조각과 텍스트 등을 통해 고착화된 이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사물은 기성품이라는 규격화에서 떼어 놓고, 사람은 사용자의 신분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사물의 근원적 기능, 인체에 대한 낯선 감각을 통해 몸과 사물의 성찰을 이끌어낸다. 전시는 2월 6일까지.


구상 회화를 중심으로 구상조각 등 작가 10명의 작품 60여점으로 구성된 <재현의 방법 data-verified=
전시 전경 일부. 원앤제이 갤러리 제공">구상 회화를 중심으로 구상조각 등 작가 10명의 작품 60여점으로 구성된 <재현의 방법>전 전시 전경 일부. 원앤제이 갤러리 제공

■<재현의 방법> 전(원앤제이 갤러리)

구상 회화를 중심으로 구상조각 등 작품 6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인 전시다. 20대부터 50대까지의 구상 회화·조각 작가 10명이 참여한 그룹전으로 근래 구상화·조각의 다채로운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신체의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한 강석호, 미세한 표정 묘사의 인물 초상화로 복합적 감정을 드러내는 서동욱, 도시 풍경을 구성하는 사물들의 본질적 형태를 그리는 노은주, 도시의 이면적 특성 등을 담아 풍경화로서의 도시 야경을 그리는 이호인의 작품이 있다. 또 남송시대 마원의 화첩을 재전유해 수묵으로 물결을 표현한 정용국의 수묵화, 특정 상황을 연출해 촬영하고 다시 회화로 옮겨 초현실과 실제 사건을 융합시키는 최모민, 시각 바깥에 있지만 감지는 가능한 것들의 시각화에 관심을 갖는 손현선을 비롯해 김혜원, 박정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7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2020.01.07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