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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볼만한 전시…지독한 작가들? 최대진 전과 김용진 전
2019-11-05
여고생들의 패싸움 모습을 담은 최대진 작가의 조형물 <막다른 길 data-verified=. 파솔리니의 소설 <폭력적인 삶>을 읽고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여고생들의 패싸움 모습을 담은 최대진 작가의 조형물 <막다른 길>. 파솔리니의 소설 <폭력적인 삶>을 읽고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개의 자리‘란 제목을 붙인 최대진 작가의 개인전이 두달째 열리는 중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아래 페리지갤러리에 차려진 전시는 얼핏 뒤죽박죽된 듯한 상상력을 드러내 보인다. 1957년 소련 우주선에 태워져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개 라이카의 드로잉이 인상적인 표제 작품이다. 그 뒤를 이어 이탈리아 예술가 파솔리니의 소설 <폭력적인 삶>을 읽은 뒤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여고생들끼리의 격투 조형물, 폭설 속에서 축구선수들이 뒤엉켜 경기하는 그림, 고대 그리스 문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의 첫 구절을 옮긴 모스부호 따위가 맥락없이 여기저기 나열된다. 작가는 우주개에 대한 단상에서 전시의 단초가 시작됐다고 털어놓는다. 라이카 등 우주로 보내진 실험견들은 과연 인간 세상에서 어떤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는가라는 고민에서 전시의 구성물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떠올랐다는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내놓은 이미지들은 논리적 맥락이나 생각의 흐름을 종잡기 어려운 자유연상에 가깝다. 관객들이 전시 안에 파편적으로 뒤섞인 일상과 역사의 잡다한 이미지 자체를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관찰하는 것, 그리하여 자기 내면과 연결할 수 있는 공통된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한 전제라고 기획자 신승오씨는 말한다. 사실 굳이 그런 배경을 유념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전시공간에 웅웅거리는 벌레소리와 함께 배치된 한 정신요양병원 건물의 모형과 `날 집에 데려가지 마‘란 영문문구와 함께 그려진 울산바위 그림 따위는 친숙하면서도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을 일으킨다. 우리의 삶과 과거의 역사 속에서 추출한 도상들 사이에 스며든, 알 듯 모를 듯한 긴장감이 이 전시의 숨은 묘미라고도 할 수 있다. 9일까지.

노형석 기자, 2019. 11. 5.
(기사 원문 :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9158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