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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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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습들아 내버려둬, 작품만은 삐딱하게
2017-10-18
자유로운 시선의 미술 전시들

백현진 신작전
산책하며 찍은 땅바닥 사진 짜깁기
콜라주 작업으로 특유의 해석 담아

페리지갤러리에서 설치된 백현진 작가의 콜라주 전시 공간. 3년여간 서울 연남동 자신의 집을 산책하면서 바라보고 찍은 땅바닥 사진 70여점을 여러 색조로 인쇄한 종잇조각들을 붙여 벽면을 만들었다.
페리지갤러리에서 설치된 백현진 작가의 콜라주 전시 공간. 3년여간 서울 연남동 자신의 집을 산책하면서 바라보고 찍은 땅바닥 사진 70여점을 여러 색조로 인쇄한 종잇조각들을 붙여 벽면을 만들었다.
어어부밴드 출신의 음악가이기도 한 백현진 작가는 의도 없이 자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특유의 응시를 작품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의 신작전(11월11일까지)은 전시장 사면에 온통 땅바닥 사진들뿐이다. 그는 연남동 자기 집 거리를 2015년부터 산책하면서 찍은 땅바닥 사진들을 짜깁기해 1도 인쇄한 사진 조각들을 전시 공간에 촘촘히 붙여놓았다. 담배꽁초가 떨어지고 깨진 바닥을 적절하게 시멘트로 땜질한 서울 한 공간의 세상이 작가의 눈길과 태도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로 실체를 드러낸다. “어떤 의도나 생각도 없이 그저 자신의 취향과 습관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업이 됐다”고 작가는 말한다.

2년 전 서울 피케이엠갤러리 전시를 통해 매혹적인 선과 색조를 즉흥적으로 빚어내는 회화작가로 성가를 올린 그는 이 전시에는 단 한 점의 즉흥작업 외에는 영상과 이런 사진 조각들만을 내놓았다. 단골술집에서 취해 졸다가 촛불에 머리를 태우는 장면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하늘거리는 숲 풍경을 담은 영상이 이 땅바닥 콜라주와 함께 관객을 맞는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도 참여 중이다. 미술관 공간을 교회당 얼개처럼 만들고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이란 이름으로 우울한 이 시대 청년들의 내면이 담긴 작가의 그림과 시를 전시하는 특설관을 꾸려놓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기사 원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14882.html#csidx1aa8ef20ea0a106828e78aea192b646
(2017. 10. 17)